《Wandering Stuff...》
황유윤 개인전 (@scherbe__)
• 장소
큐아카이브 @q_archive_
• 2025.10.15 - 11.02
wed-sun / 2pm-8pm
(월, 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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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끝없이 방랑한다. 한때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 시간을 건너온, 오래된 것들은 지금 이곳에 잠시 정착해 있을 뿐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물은 마치 그 자리를 지키는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보다 더 먼 곳을 여행하며 거대한 공간을 영원히 맴돈다.
나의 작업은 지나간 시간이 남긴 흔적들, 오래된 앤티크와 빈티지 소품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출처가 제각각인 골동품들은 시간의 냄새가 밴 한 공간 안에서 다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그곳에서의 사물은 더 이상 과거를 증언하기만 하는 증거품이 아니라, 낡은 표면과 균열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지난 주인의 버릇에 배어든 스크래치나 우연한 접촉으로 생긴 일그러짐은 형태를 우연으로 변화시키며, 고요한 침묵처럼 보이는 표면은 이야기가 되고, 균열은 단절이 아닌 무수한 여정의 흔적으로 남는다.
《Wandering Stuff…》는 오래된 사물들의 여행을 포착하고 화폭 안의 세계에 잠시 머물게 하는 일이다. 특정 사물을 하나씩 주목하기도, 사진처럼 프레이밍 된 장면으로 재구성하여 상황을 연출해 본다. 그리고 미지의 공간 속에 수납하고 배열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모인 풍경 속에서 사물은 잠시 정착하지만, 언제든 다시 길을 떠날 듯 흔들린다.